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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우리는 왜 배워야 할까? 배우는 능력 자체가 각종 의문들을 제기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아테나 여신처럼 태어나자마자 바로 말하고 생각할 줄 안다면 더 좋지 않을까?.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아테나는 완전히 다 성장한 몸으로 무장한 채 큰 함성을 지르며 제우스의 두개골 안에서 세상으로 튀어나왔습니다. 우리는 왜 아테나처럼 이미 프로그래밍된 소프트웨어와 생존에 필요한 지식들로 무장한 채 태어나지 않는 걸까? 다윈이 주장한 삶의 투쟁에 따르더라도, 다른 동물들보다 더 많은 지식으로 무장하고 완전히 성숙된 상태로 태어나는 동물이 결국 적자생존의 정글에서 살아남아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수 있지 않을까?. 대체 왜 진화는 배움 또는 학습이라는 걸 만들었을까?. 뇌를 미리 완전히 프로그래밍하는 건 가능하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만일 우리의 DNA가 우리 지식의 세세한 부분들까지 전부 명시해야 한다면, 필요한 저장 공간을 확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염색체 23쌍 안에는 30억 쌍의 문자들, 즉 A(아데닌), C(사이토신), G(구아닌), T(티민)이 들어 있습니다. 이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나타내는지, 정보는 비트로서, 0 또는 1로 조합된 2진수로 측정됩니다. 네 종류의 게놈 코드 문자는 각기 2비트로 나타낼 수 있고, 우리의 DNA안에는 총 60억 비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날의 컴퓨터는 바이트로 나타내며, 1바이트 안에는 8비트가 포함됩니다. 따라서 인간 게놈 약 750메가바이트로 줄일 수 있고, 그 정보 용량은 구식이 된 CD-ROM이나 조그만 USB 정도밖에 안 됩니다. 이는 우리의 DNA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 많은 중복을 고려하지 않은 계산입니다. '배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이 붙은 1부에서 배움의 정의를 규정해 보겠습니다. 배운다는 것은 컴퓨터에서든 뇌 회로에서든 그 안에 외부 세계의 모델을 꾸준히 구축해 나가는 것입니다. 2부에서는 우리의 생물학적 회로들 안에서는 배움이 어떻게 진행될까?. 우리가 새로운 능력을 쌓을 때 우리 뇌 안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2부 '우리의 뇌가 배우는 법'에서는 태어났을 때 아기의 학습상태와 기억의 초상을 통해 살펴봅니다. 필적할 만한 경쟁 상대가 없는 '학습 기계'인 인간 아기를 집중적으로 살필 것입니다. 최근의 데이터에 따르면 아기들은 그야말로 이론을 토대로 예측하는 어린 통계 전문가입니다. 언어, 숫자 등 아기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직관력을 보면, 아기는 결코 타불라 라사, 즉 백지상태가 아닙니다. 아기의 뇌는 태어날 때부터 조직화되어 있으며 각종 가설들을 외부 세계로 투영합니다. 3부에서는 '배움의 네 기둥'에서 뇌를 오늘날 알려진 학습 도구들 가운데 가장 효율적인 학습 도구로 만들어 주는 몇 가지 방법을 얘기할 것입니다.
◈배움이란 무엇인가?
여기서 배움의 정의는 외부 세계의 내부 모델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배움을 5가지만 간략히 정의를 내리겠습니다. 첫째, 배움이란 마음속 모델의 매개변수를 조정하는 것입니다. 마음속 모델 조정은 아주 간단한 경우가 많습니다. 눈에 보이는 물체를 향해 손을 뻗을 때 어떻게 하는가?. 17세기에 이미 프랑스 수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우리의 신경계에 시각적 입력을 근육 명령으로 바꾸는 처리 과정이 있을 거라고 짐작했습니다. 다른 누군가의 안경, 가능하면 근시가 심한 사람의 안경을 쓰고 물체를 잡아 보는 데, 첫 시도는 완전히 실패할 것입니다. 프리즘 때문에 손을 점점 왼쪽으로 조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연이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뇌가 눈의 오차를 바로잡는 법을 배우고, 그러면서 움직임은 점점 정확해집니다. 이제 안경을 벗고 물체를 잡아 보면, 손이 엉뚱한 방향으로, 이제 너무 왼쪽으로 가서 놀랄 것입니다. 시각적 장면과 몸의 방향 간의 오차에 대응하는 매개변수는 새로운 값으로 고쳐졌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루어진 재측정 과정에서 뇌가 한 일입니다. 둘째, 배움이란 조합 폭발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언어 학습은 정말 몇 가지 매개변수 세팅으로 축약될 수 있는 걸까?. 믿기 어렵다면, 그건 조정 가능한 매개변수들의 수를 늘리자마자 얼마나 많은 가능성들이 활짝 열리게 될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조합 폭발입니다. 우리가 소수의 가능성들만 조합한다 해도 가능한 전체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셋째, 배움이란 에러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인공신경망이라 부르는 컴퓨터 알고리즘은 뇌 피질의 계층 조직에서 직접 영감을 얻어 만들어집니다. 뇌 피질과 마찬가지로 그 인공신경망들, 즉 인공 신경 네트워크들 안에는 연이은 층들의 피라미드가 포함되어 있고, 각 층은 이전 규칙성들보다 더 깊은 규칙성들을 찾아내려 애씁니다. 이 연이은 층들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데이터를 점점 더 깊이 조직화하기 때문에 딥 네트워크라 불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각 층은 홀로 외부 현실의 극도로 단순한 부분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많은 층들을 한데 모으면, 복잡한 구조들을 알아내고 아주 다양한 문제들을 조정할 수 있는 극도로 강력한 학습도구를 갖게 됩니다. 넷째, 배움이란 가능성들의 공간을 탐구하는 것입니다. 금속들을 담금질함으로써 그 특성을 최적화하는 걸 배우는 대장장이들의 대장간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누가 아주 강한 칼을 만들고 싶어 한다면, 금속을 더 낮은 온도에서 여러 차례 가열해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될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담금질을 진행합니다. 그 과정이 이제 컴퓨터 과학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담금질 흉내를 낸 알고리즘이 점점 낮아지는 가상의 온도에서 매개변수들 안에 무작위 변화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확률이 높다가 점차 낮아져 시스템이 최적의 세팅 상태로 굳는 것입니다. 컴퓨터 과학자들이 알아낸 바에 따르면, 이 방법은 효율성이 아주 높으며, 따라서 진화 과정에서 그중 일부 방법이 우리의 뇌에서 내면화되었습니다. 무작위 탐구와 확률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뇌신경 활성화는 호모 사피엔스의 학습에서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섯째, 배움이란 보상 기능을 최적화하는 것입니다. 우리 뇌의 반구와 많은 하부 피질 핵들에도 서로 싸우고 통합하고 평가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뇌의 일부 영역들은 다른 영역들을 자극해 뭔가를 하게 하는 법을 배웁니다. 때론 가장 뛰어난 위조범을 뺨칠 정도의 현실감을 가지고 이런저런 일들을 예측 또는 상상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런 놀라운 기억력과 상상력 덕에 우리는 지난해 여름에 헤엄치며 놀았던 해변도 생생히 그럴 수 있고, 어둠 속에서 잡았던 문 손잡이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뇌의 어떤 영역들은 다른 영역들을 비판하는 걸 배웁니다. 그 영역들은 우리의 이런저런 능력들을 평가하고 우리가 받게 될지도 모르는 보상과 처벌을 예측합니다. 우리로 하여금 행동하게 만들거나 침묵을 지키게 만드는 영역들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메타인지가 인간의 학습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도 살필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갖게 되는 의견들은 우리가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우리를 실패의 악순환에 몰아넣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의 뇌를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는 전문가들의 집단으로 보는 것도 결코 잘못된 생각은 아닙니다.
◈우리의 뇌가 배우는 법
어린 아이나 아기들을 통해 우리의 뇌가 배우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린아이의 사회적 능력은 시각 영역뿐만 아니라 청각 영역에서도 드러납니다. 음성 언어 능력은 얼굴 인식 능력만큼이나 일찍 나타납니다. 아기 때 분명 완전히 발전된 어휘 및 문법 능력을 갖고 태어나는 건 아니지만, 기록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그렇게 될 놀라운 능력을 가졌습니다.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가진 건 언어 그 자체보다 언어를 습득할 능력인 것입니다. 인간의 이 같은 초기 통찰력을 입증해 주는 증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아기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외국어보다 모국어 듣기를 더 좋아합니다. 언어 학습이 자궁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아주 놀라운 발견입니다. 실제로 태아는 임신 후에 이르면 소리를 듣기 시작합니다. 언어의 멜로디는 자궁벽을 통해 그대로 전달되며 아기들은 그걸 기억합니다. 임신 마지막 몇 개월간, 계속 성장 중인 태아의 뇌는 이미 특정 음 패턴과 멜로디를 인식합니다. 아기들의 숫자감각 부분에는 한 실험에서 아기들에게 두 물체의 모습이 담긴 슬라이드들을 반복해 보여 주었습니다. 잠시 후 아기들은 지루해했고 그때 아기들에게 세 물체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한 장 보여주었습니다. 사진에 뭔가 변화가 있다는 걸 알아챈 것입니다. 물체의 특성, 크기, 밀도를 조정함으로써 우리는 아이들이 숫자자체, 그러니까 또 다른 물리적 변수가 아닌 전체 수에 민감하다는 걸 입증할 수 있습니다. 아기들에게 추상적인 숫자감각이 있다는 가장 좋은 증거는 아기들이 소리에서 이미지를 일반화한다는 것입니다. 아기들은 뚜뚜뚜뚜 하는 4음절 소리를 들으면, 물체 12개가 담긴 사진보다 4개가 담긴 사진에 더 관심을 보입니다. 눈에 보이는 정보든 귀에 들리는 정보든 태어날 때부터 이미 직접 세 보지 않고도 비슷한 수를 알아채는 직관력 같은 걸 가졌다는 걸 보여줍니다. 우리의 뇌가 배우는 데 기억이 뒷받침됩니다. 어떤 기억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에 활성화된 신경세포들은 중요한 물리적 변화들을 겪습니다. 신경세포들은 서로 간의 연결되는 힘을 조정하고 그룹 지원을 강화해 그 신경세포들이 다음에 다시 활성화되기 쉽게 만듭니다. 어떤 시냅스들은 물리적으로 더 커지며 심지어 복제되기도 합니다. 또한 목표 신경세포는 종종 새로운 수상돌기 가시나 종말버튼 또는 수상돌기도 자라기도 합니다. 이 모든 해부학적 변화는 몇 시간 또는 며칠에 걸쳐 일어나는 새로운 유전자의 발현을 뜻합니다. 이런 변화는 학습의 물리학적 토대로, 서로 합쳐져 기억에 필요한 기질을 형성합니다. 따라서 기억한다는 건 뇌의 한 영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 할 수 없습니다. 뇌 회로 전체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의 대부분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뇌의 각 부위가 흔히 발생하는 신경세포 활동에 대한 반응으로 자신의 시냅스들을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뇌 회로가 같은 역할을 하는 건 아닙니다.
◈배움의 네 기둥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주변 환경으로부터 정보를 얻는 속도를 최대한 단축시키는 네 가지 중요한 기능들을 갖게 되었습니다. 각 기능이 우리의 정신 구조를 안정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네 기둥 중 하나만 없거나 약해져도 전체 구조가 흔들립니다. 역으로 뭔가를 배워야 하고, 그것도 빨리 배워야 한다면 네 기둥을 이용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그 네 가지로 주의, 적극적 참여, 에러 피드백, 통합으로 먼저 주의는 정보 포화라는 아주 일반적인 문제를 해결해 줍니다.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자극을 받아 시각, 청각, 후각, 촉각이 매 순간 뇌에 수백만 비트의 정보를 보냅니다. 처음에는 이 모든 메시지가 특정 신경세포들에 의해 동시에 처리되지만, 제대로 소화하기는 불가능합니다. 뇌의 자원이 충분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주의 메커니즘이 거대한 필터처럼 조직화되어 선택 및 분류 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각 단계에서 뇌는 이런저런 입력 정보의 중요성을 판단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정보들에만 자원을 할당합니다. 따라서 만일 주의가 없다면, 많은 데이터 속에서 어떤 패턴을 찾는다는 건 건초 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일과 다름없습니다. 다음 적극적인 참여 부분에서 수동적인 생명체는 배우지 못합니다. 적극적인 참여는 손발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 뇌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뇌는 관심을 갖고 집중하고 적극적으로 마음속 모델을 만들 때 비로소 효율적으로 배웁니다. 새로운 개념을 잘 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사람은 늘 그 개념을 자기 나름의 말이나 생각으로 바꿉니다. 그러나 수동적 사람 특히 주의가 산만한 사람은 그 어떤 수업에서도 뭔가를 배우지 못합니다. 그들의 뇌가 외부 세상에 대한 마음속 모델을 업데이트시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수동적으로 감각 통계수치들을 축적하는 것만으로는 무엇 하나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깊은 성찰이 없다면 배움은 뇌 속에 별 흔적도 남기지 않고 그냥 사라집니다. 에러 피드백에선 학습에서 실수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실수는 배울 때 쓸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입니다. 실수와 배움은 사실상 같은 말입니다. 모든 실수는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시작하지 않는다면 발전할 수 도 없습니다. 개선 방법을 알려 주는 피드백을 받는 한 실수는 늘 용납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에러 피드백이 배움의 세 번째 기둥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받는 에러 피드백의 질과 정확도가 높을수록 배우는 속도 또한 빨라집니다. 마지막으로 통합 부분이 장식합니다. 앞에 3가지의 기둥들을 성공적으로 세우고 빠른 속도로 배운다면 다음은 자동화 및 무의식화 단계에 도달해야 합니다. 우리의 뇌는 결코 배우는 일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래서 설사 어떤 기술을 마스터한다 해도 우리는 계속 그 기술을 과잉 학습하게 됩니다. 이때 자동화 메커니즘이 자주 활용하는 기능들을 보다 효율적인 일상사들로 바꿔줍니다. 자동화 메커니즘을 통해 우리가 자주 활용하는 기능들이 의식적인 인식 밖에 다른 뇌 회로들로 내보내지고, 거기에서 이미 진행 중인 다른 기능들을 방해하지 않고 서로 독립적으로 처리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소중한 뇌 자원들을 다른 목적들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인상적인 부분
책에서 여러 연구를 했는 데 모든 연구 결과가 한 가지 사실로 귀결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린아이의 환경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면, 그 아이가 더 나은 뇌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매일 밤 잠들기 전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면 음성 언어를 관장하는 뇌 회로들이 다른 아이들보다 더 강해집니다. 그리고 뇌 피질 경로들이 강해지면, 훗날 그 아이는 글을 잘 이해하게 되고 복잡한 생각도 잘 표현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운이 좋아 두 언어를 쓰는 가정에 태어난 아이는 각 부모가 아이에게 자신의 모국어로 말하는 멋진 선물을 주게 되어, 별 노력 없이 무료로 두 가지 어휘, 두 가지 문법, 두 가지 문화를 습득하게 됩니다. 결국 두 언어에 익숙해진 아이의 뇌는 평생 두 언어를 처리는 물론 제3, 제4의 언어를 습득하는 데도 더 나은 능력을 가집니다. 그리고 이런 아이의 뇌는 훗날 나이가 들어서도 알츠하이머병으로 뇌가 황폐해지는 일에 더 오래 저항할 수 있는 걸로 보인다는 점으로 아이의 뇌가 얼마나 멋지게 꽃 피우는가 하는 것은 주변환경으로부터 얼마나 풍부한 자극을 받느냐에 달려있다는 점이 인상적이고 저도 부모가 되면 아이에 도움 되는 환경을 조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